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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이색 미술관

호주 호바트 MONA – 충격과 실험의 지하 미술관

by letme2 2025. 8. 18.

1. 태즈메이니아에 등장한 혁신적 미술관

호주 태즈메이니아 주의 수도 **호바트(Hobart)**는 한적하고 평화로운 항구 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곳에 자리 잡은 **MONA(Museum of Old and New Art, 구와 신의 미술관)**는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세계적으로 가장 파격적인 현대미술관 중 하나로 꼽힙니다. 2011년 카지노 재벌이자 수집가인 **데이비드 월시(David Walsh)**가 설립한 이 미술관은 개관과 동시에 미술계의 판도를 흔들었습니다. 외관은 비교적 단순한 건축물이지만, 내부는 지하 깊숙이 뚫려 있어 마치 거대한 미궁 속을 걷는 듯한 체험을 제공합니다. 태즈메이니아의 고즈넉한 자연 속에 숨어 있는 이 실험적 공간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예술에 대한 관념을 송두리째 흔드는 무대로 자리 잡았습니다.

 

2. 충격적인 전시 – 삶, 죽음, 성(性)을 탐구하다

MONA의 가장 큰 특징은 전시 주제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도발성입니다. 이곳의 작품들은 인간 존재의 근본을 묻는 것에 집중하며, 특히 죽음, 성, 종교, 권력 같은 금기시되는 주제를 직접적으로 다룹니다. 전시를 관람하다 보면 생물의 부패 과정을 실험적으로 보여주는 설치 작품, 인간의 성적 욕망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조형물, 혹은 종교적 권위에 대한 도전이 담긴 작품들을 만나게 됩니다. 관람객은 종종 충격을 받고 불편함을 느끼지만, 바로 그 불편함이 MONA가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이곳은 단순히 예술을 감상하는 장소가 아니라, 삶과 죽음을 대면하고 인간 본질을 성찰하는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호주 호바트 MONA – 충격과 실험의 지하 미술관
By Rob Taylor - https://www.flickr.com/photos/britsinvade/5707735973, CC BY 2.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33537033

3.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융합 – 관람 방식의 혁신

MONA는 관람 방식에서도 독창적인 실험을 시도합니다. 이 미술관은 전통적인 작품 설명판을 완전히 없애고, 대신 방문객에게 **태블릿 기기 ‘O’**를 제공합니다. 관람객은 태블릿을 통해 작품의 위치를 확인하고, 작가의 설명이나 다양한 해석을 선택적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일부 작품은 ‘공식 해설’조차 존재하지 않고, 단지 작가와 관람객이 각자 자유롭게 해석하도록 유도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개인 맞춤형 미술 경험을 가능하게 하며, 관람객 스스로가 전시의 공동 창작자가 된 듯한 감각을 줍니다. 이는 미술관이 단순한 수동적 관람의 공간에서, 적극적이고 참여적인 실험의 장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줍니다.

 

4. 관광 명소를 넘어선 문화 충격지

MONA는 개관 이후 호주 전역은 물론 전 세계 관광객을 태즈메이니아로 불러모았습니다. 호바트가 한적한 도시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미술관이 지역 경제와 문화에 끼친 영향은 막대합니다. 현지인들은 이곳을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태즈메이니아의 새로운 정체성으로 여기기 시작했습니다. 예술가와 학자들은 MONA를 두고 “예술의 자유를 극한까지 밀어붙인 사례”라 평가하며, 이를 통해 현대미술이 가질 수 있는 사회적 영향력을 다시 논의하게 되었습니다. 충격과 불편함을 동반하지만, 동시에 호기심과 탐구심을 자극하는 이 공간은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고전적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습니다.

 

5. MONA가 남긴 의미 – 금기를 깨뜨린 실험실

MONA는 결코 편안하거나 아름다운 예술만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간이 회피하고 싶은 주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유의 장을 열어줍니다. 이 미술관은 단순히 작품을 수집·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사회적 금기를 시험하고 문화적 한계를 확장하는 거대한 실험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태즈메이니아라는 외딴 섬에 위치한 이곳이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바로 그 실험정신과 파격성 덕분입니다. 결국 MONA는 관람객에게 불편함을 선사하면서도, 동시에 예술의 본질적 가치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독보적인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